나눔의 기쁨으로 문과대학의 등불이 되다


- 박준구 ㈜우신켐텍 회장(철학과 62) -

 


문과대학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서관에는 사람의 이름을 딴 공간이 두 군데 있다. 그 중 하나가 2층에 있는 ‘박준구 인문 세미나실’로 박준구 ㈜우신켐텍 회장이 출연한 기금을 통해 조성된 공간이다. 철학과 62학번인 박준구 회장은 2014년부터 모교에 지속적인 기부를 하고 있어 문과대학의 발전에 숨은 기여자이다. 


박준구 회장은 그동안 기부한 10억원에 더해 최근 인문사회관 건립과 디지털 인문학 교육에 다시 5억원을 쾌척하여 문과대학의 인프라 구축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본교에서 기부약정식을 체결한 박준구 회장을 직접 만나 모교 사랑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보았다.



 서관 2층에는 박준구기금으로 조성된 "박준구 인문세미나실"이 있다 



박준구기금을 통해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박준구 인문교양총서’가 문과대학에서 간행되고 학부생들을 대상으로는 ‘인문융합세미나’라는 강의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문융합세미나’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동시에 배우면서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어서 많은 학생들에게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어떤 계기로 이것을 생각하게 되셨는지요.  


제가 인문학에 대해서 많이 공부를 했던 것 아니고요, 제가 생각할 때 우리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자들이 여러 덕목 중의 하나인 인문적인 감각이나 폭넓은 지혜로움을 갖추어 준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박준구 회장이 본인의 이름을 딴 '박준구 인문교양총서'가 꽂힌 책장을 바라보고 있다



62학번이시면 그때 서관이 막 확장 개관을 했을 때인데요, 대학시절 관련해서 기억나는 추억이 있으신가요.


제가 대학생 때도한미행정협정 반대니 일본 매판자본 반대니 해서 데모가 많았었습니다. 제 경우 대학생활은 자진근로반이라는 봉사 동아리에서 주로 봉사활동을 한 기억이 많았습니다.  

1~2학년에는 학교에서 직접 지원하는 농촌계몽 봉사활동이 있었는데, 전라북도 옥구군 성산면 사옥마을에 방학마다 가서 봉사를 했고요, 또 전농동 파출소에서 설치한 불우 소년들을 위한 야학에 교사로 나가기도 했습니다. 

또 3~4학년 때는 ROTC에 전념하며 용돈 벌려고 과외 교사를 했던 추억이 있네요.  


 


 



 기억에 남는 문과대학 교수님도 계신지요.  



대학 때 자주 드나들었던 것이 철학과의 손명현, 김경탁, 박희성 교수 연구실이었어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영문 원서를 못 구하면 박희성 교수께서 영국에 편지를 써서 그걸 받아서 나눠주시곤 했어요. 제 결혼식 주례도 서주셨는데, 주례사에서 “나는 사실 박준구 군을 잘 모릅니다.”라고 철학과 스타일로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자주 내 방에 와서 많이 도와주고 그래서 오래 기억하는 제자"라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남습니다. 


제6대 문과대 교우회장으로도 활동하셨지요. 말씀을 들어보니 상당히 겸손한 성품이신데, 어떻게 교우회장으로 나서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2004년 어느 날 김정배 전 총장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전임 회장이 1대부터 5대까지 하셨는데 2005년 고려대 100주년을 앞두고 문과대 교우회장이 공석이 되었다고 교우회장을 맡으라고 권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그때까지 교우회 활동을 거의 안 했고 특히 나서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전 총장님이 말씀하시니까 가볍게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족회의까지 했어요. 애들은 사업에 전념하길 바라며 반대했지만, 아내가 한 번 해보라고 해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전임자의 잔여 임기까지 합쳐서 2년 8개월을 활동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교우회장으로 취임하시게 된 것이었군요. 교우회장을 맡으셨던 2004년부터 2006년은 사실 고려대 100주년, 문과대 60주년이라는 굵직한 기념행사가 있던 때입니다. 그때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얘기를 들려주시죠.


2005년이 고려대 100주년이었고 학교에서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죠. 교우회하고 총장실에서 모금 목표가 15억이 내려왔는데 문과대에서는 사실 택도 없이 많은 금액이었습니다. 정말 고마운 것은 철학과 이승환 교수가 자기가 소장했던 문인화 작품을 기증해 주어 일부 팔아 충당하고 그외 1만원에서 천만원까지 모은 게 10억이었습니다. 

그때 마침 문과대 영문과 출신의 시사영어사 창업자 민영빈 선배가 고대 신문 발전기금으로 5억을 내신 게 있어서 무리하게 그걸 합쳐서 겨우 15억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고생 복이 터진 게 그 다음 해 2006년이 문과대학 60주년이었죠. 그런데 문과대는 각 과별로 개성이 너무 강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아무튼 당시 고대 박물관장이었던 최광식 교수 주관으로 문과대 60주년 기념 전시회가 얼렸고 우리 교우회에서는 영문과 김치규 교수와 전임 윤재명 회장께 60주년 기념 특별 공로패를 해드렸습니다.
그때 총교우회장이 박종구 회장(재임 2003.3~2007.3)이었는데 사실 눈에 안 보이게 많이 도와주셨지요.
 중소기업 경영자로서는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문과대학에 정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역할을 해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과대학을 위해 노력했던 것 중에 특별히 기억남는 것이 있으실까요. 

 

제가 문과대 교우회장을 할 당시에 경영대나 법대가 고대의 중심이지 문과대학도 고대냐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문과대학 교우들, 심지어 일부 교수님들도 저에게 학교와 교우회 내에서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되느냐고 여러 번 하소연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총교우회에도 고문단이나 임원진에 문과대 출신이 적었습니다. 한 번은 모임이 있어서 당시 어윤대 총장과 마주 앉게 되었는데요, 그때 문과대학이 왜 이렇게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고 직접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어윤대 총장이 문과대 외국어학과에는 1년간 해외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고 하면서, 해외대학에서는 문과대 교수들이 총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문과대 교수들도 분발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었죠. 

그래도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문과대학과 문과대 교우회가 활발해졌다고 생각됩니다. 제 나름대로는 문과대학과 문과대학 교우회의 사정을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고 믿습니다.

 


 

 

회장님께서는 고대의 후학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외에도 다양한 기부 활동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사회 공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기부할 때는 몰랐어요. 지나고 나니까 나도 모르게 이런 데 관심이 있었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대학 때부터 봉사활동 동아리를 열심히 했고요. 우리 둘째 아들도 저를 닮은 것 같아요. 늘 성적 장학금을 받았는데 “어려운 친구한테 양보할테니까 아버지는 능력이 되시니까 등록금을 대주세요.”라고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자기 용돈에서 기부를 하고 해서 우리 부자간에 그런 DNA가 있나 싶었어요. 

최근에는 우연한 동기로 해서 모 은행 행복나눔재단을 통해서 어려운 환경에 있는 다문화가정 고교생 14명을 지원해 주고 있는데, 저만 하는 것이 아니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기부를 권하고 있어요. 보람을 느끼고 즐겁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박준구 회장님의 기부약정식 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우신켐텍 박준구 회장 인문사회관 건립 및 인문학 발전기금 기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