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서관 시계탑을 배경으로 담은 단체사진. ② 다양한 참석자들의 졸업사진으로 만든 이미지월을 바라보며 추억을 이야기하는 교우들. ③ 2부 행사장 앞에 마련된 사진전. 


[교우기고]


독어독문학과가 창과 60주년을 맞았다. 60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계, 재계, 학계, 언론계, 법조계, 심지어 의료계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교우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함께하기 위해서는 60이라는 숫자 너머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시공(時空)’으로 만들고 싶다”는 김승태(81) 독문과 교우회장의 뜻은 우리의 인문학적 DNA를 서사로 담아내는 행사의 시작점이 되었다. 

현대사를 살아낸 선배들의 역사는 실천적 서사였으며, 그 서사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후배들과 우리 모두에게도 이어짐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인문학이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적 학문으로 세상에 함께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괴테의 문구도 담겼다. 그렇게 정해진 60주년 행사명은 ‘오래된 미래(Und grün des Lebens goldner Baum)’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져

독문과는 2013년 창과 50주년을 기념하며 장학회를 설립했다. 누군가는 매달 만원씩, 또 누군가는 1000만원이 넘는 거금을 한번에 내는 등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을 드러내기 보다는 함께 살포시 스며들며 모교사랑과 후배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8일에 열린 창과 60주년 행사도 그랬다. 1억3000만원 가까운 기금을 모았음에도 모두가 익명으로 참여했고, 학번별 기부금 규모 외에는 누가 얼마를 기부했는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장학금은 행사 이후인 지금도 계속 모이고 있다. 각자를 드러내지 않고 서로를 챙기는 배려, 그리고 마음으로 소통하고 싶은 우리 독문과 교우들의 인문학적 이야기이다. 

멀리 제주에서, 창원에서, 밀양에서 한걸음에 달려오겠다 연락주신 선후배님들, 독일에서 영상으로라도 참여하고 싶다고 하신 교우들, 재학중인 후배들까지, 그렇게 200여 명이 함께했다. 

자랑스러운 60년의 역사를 만들고 이끌어주신 60년대 학번 선배님들께 선물과 꽃다발로 감사인사를 전했고, 병상에 계셔서 참석하실 수 없으신 손재준 교수님의 시 ‘늦은 소망’을 낭독하며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 행사를 시작했다.


함께한 오늘은…

서관 강당에서 진행된 1부 강연에는 광개토대왕비의 서체부터 AI시대까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담겼다. 특히, 60년대 학번부터 2010년대 학번까지 함께 인터뷰하며 만든 60주년 기념 영상은 1부 행사의 백미였다. 지난 60년을 되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이 절실히 필요한 첨단 미래사회를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상은 행사에 참석한 교우들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아래 QR코드로 접속 가능)을 통해 시청한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어 미디어관 크림슨홀에서 진행된 2부 행사의 백미는 사진전이었다. 독어독문학과의 지난 60년이 담긴 명품이었다. 이 사진전도 시공간을 잇고자 한 김승태 회장님의 아이디어였다. 사진전을 구성하며 목표했던 바는 2부 행사장으로 입장하던 교우들이 자신들의 사진 앞에서 머무르는 시간으로 완성되었다.

웨스트 앙상블 관악단의 공연, 70년대 선배님과 재학생의 노래 공연, 그리고 즉석으로 어느 선배님이 시작한 ‘민족의 아리아’ 합창은 고대인의 화합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도 재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라 더더욱 빛났다.


우리가 향할 ‘오래된 미래’

행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60주년 행사 이후에 학교생활에 활기와 생기가 생겼다는 어느 재학생 후배님, 매년 두 명의 장학생을 역시 익명으로 책임지시겠다고 연락주신 한 선배님, 전태일기념관 건립모금활동을 하고 계신 81학번 선배님의 뜻에 동참하기 시작한 선후배님들. 그 외에도 공동 북콘서트 개최와 같은 다양한 활동들이 감동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우리가 기획했던 ‘미래를 위한 준비, 오래된 미래’가 행사를 마친 지금도 이어지는 걸 보니 정말 뿌듯하고 행복하다. 고대인인 것이, 그리고 고독인(高獨人)인 것이 참 자랑스럽다.




 

최용(독문89) 교우 




※ 본 기사의 원문은 고려대학교 교우회보 - 2024년 1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