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학살과 유언비어, 배제와 연대의 서사

日本學報, 2024.2, 138집(게재예정)


초록: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대지진은 자연재해로 인한 막대한 피해뿐 아니라 수천 명의 조선인이 학살된 제노사이드 사건을 낳은 한일 근대사에서 유례없는 재난이었다. 본고는 재난을 경험하고 학살의 현장을 목격한 한일 문인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문학적으로 기록하고자 했는지 이들의 문학 기술 양상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 읽히는 배제와 연대의 서사를 검토한 것이다.
조선인 유언비어와 학살에 대한 일본 문인의 반응은 무비판적 수용, 반신반의, 비판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의 기록에서 조선인 유언비어가 만연했던 당시의 상황과 함께 타자에 대한 일본인들의 공포와 배외심을 엿볼 수 있었고, 유언비어의 파괴력을 재고할 수 있었다. 또 조선인 학살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문인들 간의 상이한 입장이 재난과 학살 서사에서 어떤 식으로 서술되고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간토대지진과 조선인 학살 문학 작품에서 피해 주체인 조선인이 후경화되거나 엄격한 검열로 인해 조선인의 주체적인 목소리가 온전한 기록으로 남기 곤란했다는 문제점은 있었으나, 유언비어의 유포와 학살 행태를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던 한일 문인의 노력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었다. 가해자-피해자의 구도에서 한일 문인들은 서로를 배제하기도 하고, 민족의 차이를 넘어 연대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간토대지진과 학살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배제와 혐오보다는 역사의 과오를 바로잡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연대가 중요시되는 대목이다.